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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광복 70주년 기념 5대종단 특별기도회 메시지
글번호 : 3023    조회 : 1223    작성자 : 이웃    작성일 : 2015-08-17 21:55:03   
 
지난 15일 오후 3시에 원불교 LA 교당에서 미주종교평화협의회가 주관한 광복 70주년기념 5대종단 특별기도회가 열렸다. 그보다 약 열흘 전에 원불교의 양교무님이 전화하셔서 개신교 예식 순서를 맡아달라 하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사실 협의회에 나오라는 권유를 여러 번 받았는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모처럼 부탁하시니 거절할 수 없었고, 또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하겠다고 한 거다.

그런데 지난 주중에 페친 한 분이 이 행사 신문광고를 사진 찍어 올리면서 박정희, 육영수가 왜 여기 들어가야 하느냐고 분노하셨다. 나는 거기에 '내가 개신교 순서를 맡았는데 이런 줄도 모르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내가 모르는 어떤 분이 내게 참석하지 말라고 권유하셨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가 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그날 추모할 분들이 모두 돌아가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죽은 걸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닐까. 살아 있는 사람이 문제지, 죽은 사람에게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죽은 자의 관을 열고 꽃가루를 뿌린들 어쩔 거며 침을 뱉어준들 어쩌라고.
하지만 뭣보다도 내게 있어서 그 행사는 죽은 분들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었다. 다른 종단 대표들은 모두 죽은 사람을 위한 예전을 집전했는데 개신교에는 그런 예전이 없으므로 나는 짧은 메시지를 전한 다음 촛불을 켜고 성서말씀을 읽은 후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래 글이 그날 전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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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5일 / 광복 70주년기념 5대 종단 연합 특별기도회

그리스도교 역사에 카타콤이란 게 있습니다. 카타콤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무덤입니다. 로마시대 대부분의 종교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화장했는데 유독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매장을 했습니다. 이마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의 관습을 따라서 그렇게 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런데 로마제국은 도시 안에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도시 경계밖에 있는 부드러운 바위를 깎아서 무덤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카타콤입니다. 첫 그리스도인들이 대규모로 카타콤을 지은 때는 기원후 2세기부터라고 합니다. 그 중 여러 개가 발견되어서 현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성지순례지이고 일반인에게는 관광지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저는 카타콤에 남아 있는 묘비명(墓碑銘) 몇 개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중 많은 것은 기도라기보다는 짧은 선언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사자(死者)가 죄에서 해방되길 간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훗날 묘지를 방문할 사람들에게 남긴 메시지도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거기에 올 것으로 내다보고 쓴 겁니다. 가톨릭교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는 게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개신교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타콤에 남아 있는 글들을 보면 초대 그리스도교에서는 죽음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게 널리 받아들여졌던 모양입니다. 카타콤 묘비명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호노리아, 평화 속에서 잠들다."
"프리미티부스, 많은 고뇌를 겪고 평화롭게 잠들다. 가장 용감한 순교자. 318년. 그의 처는 그녀의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그가 당연히 받아야 할 이 묘표를 세운다."
"크레멘트, 고문으로 죽다. 그녀는 잠들어 있지만 부활할 것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아드리안' 황제 때에 예수를 위해 그의 피를 흘린 젊은 장교 '마리우스'. 그는 할 바를 다 완수하고 평화 속에서 죽었다. 그의 벗은 눈물지으며 박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비석을 세운다."
"비다리야, 예수의 평화 속에서."
"니세호로스의 아름다운 영혼의 휴식처."
"키시마스, 22년을 살다. 모든 사람의 벗."
"그리스도와 만나서 11월 5일 모든 사람의 벗, 그리고 미워한 자가 없었던 고르고니우스는 잠들다."

저는 목사로서 많은 장례식을 집전했고 참석했습니다. 제가 참석한 장례식의 장례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지금부터 거의 30년 전에 있었던 장례식의 장례사입니다. 그것은 1987년 7월 9일에 있었던 고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에서 고 문익환 목사님의 즉흥적으로 하신 장례사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장례사는 저뿐 아니라 참석핸 수많은 군중들을 울렸습니다. 제 기억에 문 목사님은 장례식이 있기 며칠 전에 출옥하셨는데 거기서 목사님은 겨레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들의 이름을 울부짖었습니다.

전태일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장준하 열사여! 김태훈 열사여! 황정하 열사여! 김의기 열사여! 김세진 열사여! 이재호 열사여! 이동수 열사여! 김경숙 열사여! 진성일 열사여! 강성철 열사여! 송광영 열사여! 박영진 열사여! 광주 2천여 영령이여! 박영두 열사여! 김종태 열사여! 박혜정 열사여! 표정두 열사여! 황보영국 열사여! 박종만 열사여! 홍기일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우종원 열사여! 김용권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이때 이름이 불린 열사는 광주항쟁 희생자들을 제외하면 모두 스물여섯 명이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문익환 목사님을 흉내 내서 1987년 이후로 조국의 인권과 민주화, 화해와 통일을 위해 생명을 바친 열사들의 이름을 불러 보려고 찾아봤습니다. 약 1시간을 찾아본 끝에 드디어 찾아냈지만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까닭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1988년 한 해만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 숫자가 무려 스물여덟 명이나 됐습니다. 매년 숫자가 달라지긴 했지만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1988년 이후 현재까지 열사들의 이름을 다 부른다면 한두 시간 갖고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역사는 곧 기억이란 말이 있습니다. 역사는 기억의 싸움입니다. 잊어버리는 사람은 잊히고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법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놨던 겁니다. 그리스도교는 예수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성만찬’이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선포하는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1:23-26).

오늘 우리는 광복 이후 지난 70년 동안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추모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분들을 추모하는 걸까요?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걸까요? 저는 그게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기억’하는 겁니다. 그분들을 ‘기억’하는 겁니다. 그분들이 왜, 무엇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는지는 ‘기억’하는 겁니다. 광복 70주년인 오늘 우리가 벌이는 싸움을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과 그들이 이루려 했던 가치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사람들의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정신 바로 차리고 ‘기억’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으며 누가 왜 그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하는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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